축구장에서 아버지랑 단둘이 시간을 보낸다는 건 참 특별한 경험입니다. 저는 성남FC 홈구장인 탄천종합운동장에 몇 년간 아버지와 함께 다녔는데,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일반적으로 직관은 경기 결과나 선수 플레이에 집중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제 경험상 직관의 진짜 가치는 누구와 그 시간을 보냈는지에 있었습니다. 집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경기장으로 가는 그 버스 안부터 이미 직관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탄천종합운동장의 시야, 실제로 어떤가
탄천종합운동장은 2002년 개장해서 2005년부터 성남 일화 천마(현 성남FC)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16,000여 석 규모로 종합운동장 치고는 시야가 상당히 좋다는 평을 받는데, 저도 여러 곳에서 경기를 본 경험상 이 평가에 동의합니다. 여기서 '시야'란 관중석에서 경기장 전체를 얼마나 잘 볼 수 있는지를 의미하는데, 특히 트랙과 스탠드 사이의 거리, 좌석 높낮이, 지붕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탄천의 좌석 구조는 크게 네 구역으로 나뉩니다.
- E석: 동쪽 좌석으로 중계 화면에 잡히는 구역. 지붕이 있지만 전체를 커버하지 못해 비 오는 날엔 윗좌석으로 관중이 몰림
- W석: 서쪽 본부석 구역. VIP석과 일반석이 섞여 있고 기둥이 있어 자리에 따라 시야가 가려질 수 있음
- 스카이석: W석 2층에 위치한 관중석으로 경기장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축구 게임 화면 같은 시야를 제공
- 블랙존: 2015년 설치된 693석 규모의 가변석. 그라운드와 가장 가까워 현장감이 뛰어남
일반적으로 종합운동장은 트랙 때문에 시야가 안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탄천은 그중에서도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특히 스카이석에서 본 경기는 정말 전술판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와서 공이 없는 곳에서 일어나는 공간 싸움까지 보였습니다. 다만 저는 주로 E석에서 경기를 봤는데, 비 오는 날 윗좌석으로 우르르 이동하는 건 정말 불편했습니다.
블랙존은 서포터즈 구역이라 분위기가 상당히 뜨겁습니다. 성남FC의 상징색인 검은색과 흰색 의자가 배열돼 있고, 인조 잔디 바닥이라 편하게 앉아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한 번 블랙존에서 경기를 본 적이 있는데, 선수들의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가까워서 TV 중계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경기장 먹거리와 편의시설, 기대는 낮춰야
탄천종합운동장의 먹거리는 솔직히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2013년부터 간이 매점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2015년부터는 CU가 스카이석, E석, N석에서 편의점을 운영했습니다. 한때 구단이 전통시장 분식을 선수 이름으로 브랜드화해서 판매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로는 더욱 비활성화됐습니다.
저는 경기장에서 뭔가를 먹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가끔 집에서 치킨이나 피자를 포장해 가기도 했고, 경기장 안에서 컵라면이나 핫바를 사 먹기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경기장 음식은 비싸고 맛없다는 편견이 있는데, 제 경험상 탄천은 그냥 평범한 수준이었습니다. 맛있어서 먹는 게 아니라 그 상황 자체가 자연스러워서 먹는 거였습니다. 아버지랑 핫바 들고 경기 보면서 "저 선수 왜 저래" 하는 게 직관의 일부였으니까요.
편의시설 면에서는 2016년과 2017년에 서문 매표소와 동문 매표소를 리모델링했습니다. 서문 매표소는 컨테이너를 개조한 시설로 1층에서 입장권과 구단 상품을 팔고, 2층에서는 스폰서 홍보를 합니다. 경기 끝나고 수훈선수와 하이파이브 이벤트도 이곳에서 진행됩니다. 동문 매표소는 '블랙테이너'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2019년에는 K리그1 승격을 앞두고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했습니다. 20억 원짜리 전광판으로 교체했고, 트랙도 붉은색에서 푸른색으로 바뀌었습니다. 잔디도 새로 깔았는데, 예전에 비하면 확실히 깔끔해졌습니다. 하지만 비 오는 날 복도 배수가 여전히 안 좋아서 조금 위험하다는 느낌은 있었습니다

아버지와의 직관 루틴, 결과보다 중요한 것
저는 성남FC 직관을 항상 아버지와 함께 갔습니다. 따로 약속 장소를 잡는 게 아니라 집에서 같이 시내버스를 타고 경기장으로 갔습니다. 버스 안에서 특별히 대화가 많지는 않았지만, 경기 얘기를 하거나 그냥 나란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직관은 경기장 안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경기장 가는 버스 안부터 이미 직관이 시작됐다고 봅니다.
경기장에 도착하면 아버지는 항상 같은 루틴을 따랐습니다. 경기 시작 30분 전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뭔가 먹을 게 있으면 사고, 없으면 그냥 앉아서 경기 시작을 기다렸습니다. 경기가 거의 끝나갈 것 같으면 미리 일어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경기 끝까지 봐야지" 싶었는데, 몇 번 하다 보니 아버지 방식이 이해가 됐습니다. 결과가 사실상 정해진 상황에서 사람 많이 몰리기 전에 여유 있게 나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신 거였습니다.
직관을 다녀본 사람은 알겠지만, 경기장에는 나름의 루틴이 생깁니다. 어디서 만나고, 뭘 먹고, 어느 자리에 앉는지. 그 루틴이 쌓이면서 경기장은 단순히 축구를 보는 공간이 아니라 특정 사람과 공유하는 공간이 됩니다. 아버지와 함께 직관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특히 그 감각을 알 겁니다. 경기 결과도 중요하지만, 결국 남는 건 누구랑 그 자리에 있었는지입니다.
탄천종합운동장의 관중 동원력은 저조한 편입니다. 성남시 인구가 90만 명이 넘고 분당구에 아파트 단지가 많음에도 평균 관중은 3,000~6,000명 수준입니다. 2012년에는 어린이날 행사로 5,000명에게 과일을 나눠주려 했는데 관객이 4,543명밖에 안 와서 남은 일화가 있을 정도입니다. 2015년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서 선전하면서 관중이 늘었지만, 강등 이후 다시 줄었습니다. 그래도 팬 프렌들리 상은 꾸준히 수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서울로 이사하면서 탄천 직관을 안 가게 됐습니다. 하지만 탄천 가던 버스 안이나 경기장 안에서 핫바 먹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아버지랑 단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경기장 직관이었다는 걸, 나이를 더 먹고 나니 잘 알게 됐습니다. 축구를 TV로 보는 것과 경기장에서 직접 보는 건 완전히 다른 경험입니다. 화면으로는 카메라가 잡아주는 장면만 보이지만, 경기장에서는 공이 없는 곳에서 일어나는 움직임까지 보입니다. 선수들이 서로 소리치는 것도 들리고, 관중의 함성이 몸으로 느껴집니다. 직관의 진짜 매력은 그 현장감이고, 그 시간을 누구와 함께했느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