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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에서 제일 무서운 건 코치가 아니라 주장 선배였다

by 스포츠리서치 2026. 3. 3.

솔직히 저는 초등학교 때까지 축구팀 주장이 그냥 실력 좋은 선배가 하는 명예직인 줄 알았습니다. 근데 팀에서 같이 뛰면서 보니까 완전 달랐습니다. 주장 선배가 있을 때랑 없을 때 훈련 분위기 자체가 달라지더군요. 코치님 말보다 그 선배 눈빛 하나가 더 무서웠고, 덕분에 저희 팀은 훈련 때 집중력이 확 달랐습니다. 그때부터 궁금해졌습니다. 축구에서 주장이라는 역할은 정확히 뭘 하는 사람일까요?

규칙으로 정해진 주장의 공식 역할은 생각보다 적다

축구 경기 규칙에서 주장에게 부여하는 공식 책임은 사실 두 가지뿐입니다. 킥오프 전에 동전 던지기에 참여해서 진영이나 킥오프 순서를 정하는 것, 그리고 승부차기 전에 동전 던지기에 다시 참여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동전 던지기란 경기 시작 전 심판이 동전을 던져 이긴 팀이 킥오프 또는 진영 선택권을 갖는 절차를 말합니다. 2024/25 시즌부터는 주장 완장 착용이 의무화되었는데, 이전까지는 관례였지만 규칙으로 강제하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주장이 심판한테 항의할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경기 규칙상 주장에게는 심판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할 특별한 권한이 없습니다. 다만 심판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팀의 전반적인 행동에 대해 주장과 대화를 나눌 수는 있습니다. 쉽게 말해 주장이 심판과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거지, 판정을 바꿀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경기가 끝난 후 시상식에서는 주장이 팀을 대표해서 트로피를 받고 가장 먼저 들어 올립니다. 1999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클럽 주장인 로이 킨이 출전 정지를 받아서, 경기 주장이었던 골키퍼 페테르 슈마이켈이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이처럼 정규 주장이 경기에 못 나올 때는 부주장이나 경기 주장이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부주장이란 주장이 부재하거나 교체·퇴장당했을 때 주장의 역할을 승계하도록 미리 지정된 선수를 의미합니다.

규칙에 명시된 주장의 역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킥오프 전후 동전 던지기 참여
  • 승부차기 전 동전 던지기 참여
  • 주장 완장 착용 의무 (2024/25 시즌부터)
  • 시상식에서 트로피 수령 및 우선 거양

실제 팀에서 주장이 하는 일은 규칙보다 훨씬 무겁다

저는 초등학교 때 주장 선배 밑에서 뛰었는데, 그 선배는 훈련 중에 후배들이 대충 하는 걸 제일 싫어했습니다. 평소엔 엄청 털털하고 장난도 잘 쳤는데, 훈련 시작하면 말수가 확 줄고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직접 소리 지르지 않아도 그 선배가 조용히 쳐다보기만 해도 다들 알아서 집중했습니다. 저도 코치님한테 혼날 때보다 그 선배 눈치 볼 때가 더 긴장됐습니다.

응집력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건 팀원들이 서로 얼마나 결속되어 있고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주장은 이 응집력을 높이는 핵심 역할을 합니다. 선수들끼리 갈등이 생기거나 사기가 떨어질 때 분위기를 바꿔놓는 건 감독이 아니라 주장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유소년 팀에서는 또래에 가까운 선배의 말이 어른보다 더 체감이 크게 다가옵니다. 국내 유소년 축구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주장에게 기대하는 역할로 '모범', '응집력 강화', '인성'이 가장 많이 꼽혔습니다.

제 경험상 좋은 주장의 조건은 실력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훈련 때 집중 분위기를 만들 수 있으면서도, 평소에는 팀원들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주장 역할을 제대로 하더군요. 무섭기만 하면 선수들이 억눌리고, 편하기만 하면 기강이 무너집니다. 그 균형을 잡는 게 주장의 진짜 역할입니다.

저희 팀 주장 선배는 할 땐 하고 놀 땐 노는 스타일이었습니다. 훈련 끝나면 완전 딴 사람처럼 밝아지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같이 떠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선배를 싫어하는 애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훈련 중에 집중 분위기를 한 번 확 잡으면 그 낙차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항상 엄격한 주장보다, 평소엔 편하다가 필요할 때 확실히 잡아주는 주장이 팀원들한테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감독이 전술과 훈련 내용을 짜면, 그걸 선수들이 제대로 따르게 만드는 건 주장입니다. 유소년 팀에서는 감독이 부재할 때나 선수들끼리 위계질서를 잡아야 할 때 주장이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주장이 라커룸 분위기를 관리하고, 경기 시작 시 팀을 이끌고 나가며, 경기 중 사기가 떨어질 때 팀원들을 다독이는 것도 규칙에는 없지만 실제로는 주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주장 선배가 저희 팀 문화 자체를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선배 없을 때 훈련이랑 있을 때 훈련의 체감이 완전히 달랐고, 선배 말 한마디가 코치님 말보다 빠르게 전체 분위기를 바꿔놓는 걸 여러 번 봤습니다. 완장 찬 선배 한 명이 팀 전체에 그렇게 큰 영향을 준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축구에서 주장은 명예직이 아닙니다. 팀의 실질적인 결집점이고, 감독과 선수 사이의 가교이며, 경기장 안팎에서 팀을 이끄는 리더입니다. 규칙에 명시된 역할은 적지만, 실제로 주장이 팀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합니다. 좋은 주장 한 명이 팀 문화를 바꾸고, 선수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만약 여러분이 팀을 맡게 된다면, 실력만 보지 말고 평소 행동과 리더십, 그리고 팀원들의 신뢰를 함께 고려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ko.wikipedia.org/wiki/%EC%A3%BC%EC%9E%A5_(%EC%B6%95%EA%B5%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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