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저 선수 움직임, 나도 해봤는데 - 전술이 눈에 들어온 순간

by 스포츠리서치 2026. 2. 28.

훈련 마지막엔 항상 연습경기를 했습니다. 코치가 그날 배운 전술을 설명해주고, 실전처럼 뛰는 시간이었는데 어릴 땐 그냥 경기하는 게 좋아서 뛰었습니다. 전술을 의식하면서 움직인 건지, 본능적으로 움직인 건지도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게 쌓이다 보니 신기한 일이 생겼습니다. TV로 경기를 보는데 선수가 움직이는 걸 보고 "저거 제가 연습경기 때 했던 거랑 비슷한데?" 싶은 순간이 오는 거였습니다.

포메이션이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것

포메이션은 골키퍼를 제외한 10명의 선수를 수비-미드필드-공격 진영에 각각 몇 명씩 배치하느냐를 숫자로 나타낸 개념입니다. 여기서 포메이션이란 팀의 기본적인 전술 구조를 시각화한 도구로, 예를 들어 4-4-2는 4명의 수비수, 4명의 미드필더, 2명의 공격수를 의미합니다.

축구 경기장은 세로 방향이 가로 방향보다 길기 때문에 수비에서 공격 방향으로 포메이션을 표기합니다. 팀이 공격적인 경기를 원하는지, 수비적인 경기를 원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구성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4-4-2, 4-3-3 같은 숫자가 그저 선수 배치를 나타내는 것쯤으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직접 그 포지션에 서서 움직여보니 같은 4-4-2라도 완전히 다른 축구가 나올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윙백이 올라가는 타이밍, 수비형 미드필더가 커버하는 범위, 이런 것들이 숫자만으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포메이션 기본 설명
포메이션 기본 설명

포메이션은 정말 중요한 개념일까

언론이든 해설진이든 포메이션을 주요 설명 도구로 사용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기본적인 전술 개념을 텍스트로 전달하는 데 있어 포메이션만큼 유용한 도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코칭스태프들조차 포메이션 개념으로 설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포메이션이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같은 포메이션에서도 전혀 다른 전술이 가능합니다. 플레이메이킹을 어떤 선수에게 맡길지, 긴 패스를 쓰느냐 짧은 패스를 쓰느냐에 따라 경기 양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여기서 플레이메이킹이란 공격의 흐름을 만들고 결정적인 패스를 연결하는 역할을 의미합니다.

제가 유소년 시절 뛰었던 팀은 4-4-2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상대팀도 똑같이 4-4-2를 쓰는데 경기 흐름이 전혀 달랐던 기억이 납니다. 저희 팀은 측면 공격을 주로 활용했고, 상대는 중앙 돌파를 선호했습니다. 같은 숫자 배치였지만 선수들의 움직임과 역할이 달랐던 거죠.

최근에는 좌우가 불균형하거나 적극적인 스위칭을 통해 변칙적인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전술을 파악할 때는 포메이션 숫자에 얽매이기보다는 팀의 전체적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경기를 읽는 데 더 도움이 됩니다.

현대 축구에서 포메이션이 흐려진 이유

이탈리아의 전술가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은 한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 적이 있습니다. "현대 축구에서 시스템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건 상대가 버려둔 공간에 있다." 상대가 놓친 공간을 재빨리 발견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공략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공격과 수비 시에 서로 다른 형태를 띠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격할 때는 포메이션대로 움직이지 않고 어느 정도 자유롭게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자서전에서 "축구에서 포메이션은 공을 잡고 있을 때와 잡고 있지 않을 때, 두 가지로 나뉜다"고 말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말이 정확합니다. 연습경기에서 공격 전개를 하다 보면 포메이션이고 뭐고 없었습니다. 윙백이 오버래핑 타이밍을 잡으면 중앙 미드필더가 그 공간을 메워줘야 했고, 상황에 따라 수비수가 공격 가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오버래핑이란 측면 수비수나 미드필더가 전방으로 달려 올라가 공격에 가담하는 움직임을 뜻합니다.

최근에는 스타팅 라인업은 3백인데 실제로는 수비적인 풀백이 내려와 수비 라인을 형성하고, 반대편 윙백은 쭉 올라가는 형태가 많습니다. 공수 상황에 맞춰 수시로 5백에서 4백, 다시 3백으로 왔다갔다하는 복잡한 형태의 전술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포메이션 너머를 보는 법

숫자로 구분하는 포메이션은 전술을 파악하는 데 단순한 참고 정도가 될지언정, 절대적인 요소는 아닙니다. 하지만 경기를 나설 때의 기본형은 감독이 제출하는 포메이션이기 때문에 완전히 무의미하다고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축구를 많이 본다고 해서 경기를 잘 보게 되는 건 아닙니다. 골 장면에 환호하고, 멋진 드리블에 감탄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이 없는 곳에서 선수들이 왜 저 위치로 이동하는지, 수비 라인이 왜 지금 저 타이밍에 올라오는지 읽기 시작하는 순간 축구는 완전히 다른 스포츠가 됩니다.

제가 유소년 축구를 하면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이겁니다. 전술은 알게 되는 게 아니라 느끼게 되는 것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TV 화면에서 선수들이 뛰는 걸 아무 생각 없이 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직접 그 포지션에 서서 코치의 지시를 들으며 움직여본 뒤부터는 선수들의 의도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포메이션과 감독 이름, 선수들 이름을 보면 대충 어떤 축구를 할지 예상이 됩니다. 같은 4-3-3이라도 펩 과르디올라의 4-3-3과 위르겐 클롭의 4-3-3은 완전히 다릅니다. 포메이션만으로의 설명은 부족하지만,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유용한 개념입니다.

책이나 영상으로 전술을 배운 사람과 실제로 몸으로 그 움직임을 해본 사람 사이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저도 지금은 경기를 볼 때 선수가 왜 저 타이밍에 저기 있는지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유소년 시절 연습경기 뛰던 기억이 슬쩍 올라옵니다. 전술을 이해한다는 건 단순히 포메이션 숫자를 외우는 게 아니라, 선수들이 공을 가졌을 때와 없을 때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읽어내는 능력입니다.


참고: https://namu.wiki/w/%EC%B6%95%EA%B5%AC/%ED%8F%AC%EB%A9%94%EC%9D%B4%EC%85%98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