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좋아하는 것과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 훈련받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는 걸 아시나요? 저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성남일화천마 유소년 팀에서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 시절을 돌아보면, 축구가 좋아서 시작했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건 축구 기술만이 아니었습니다. 하기 싫어도 해내는 법, 몸이 무거워도 첫 바퀴를 뛰면 된다는 것. 그 경험이 지금까지도 제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성남일화천마 유소년 훈련은 왜 그렇게 빡셌을까
성남일화천마는 K리그 역사상 가장 화려한 전적을 자랑하는 팀 중 하나였습니다. 1993년부터 1995년까지 리그 첫 3연패를 달성했고,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다시 한번 3연패를 기록하며 총 7회의 리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AFC 챔피언스리그도 두 차례나 제패했죠. 이런 성과 뒤에는 체계적인 유소년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제가 유소년 팀에서 훈련받을 당시, 가장 힘들었던 건 공을 차는 연습이 아니었습니다. 본격적인 훈련 전 준비운동이 진짜 고비였습니다. 운동장을 기본 5바퀴 뛰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초등학생 다리로 그 거리는 정말 멀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여름날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뛰는 첫 바퀴는 지금도 생생합니다. 코치님이 지켜보고 있으니 대충 뛸 수도 없었고, 그냥 이를 악물고 완주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이렇게 체력 훈련을 강조했을까요? 나중에야 이해했지만, 축구는 기술만으로는 안 되는 스포츠입니다. 후반 막판에 다리가 풀리는 순간, 그동안 갈고닦은 모든 기술이 무용지물이 됩니다. 손흥민 선수가 2018년 월드컵 독일전 후반 추가시간에 그 긴 거리를 전력 질주할 수 있었던 건 타고난 재능만이 아닙니다. 수천 번의 체력 훈련이 쌓인 결과죠. 제가 받았던 훈련은 그에 비하면 약과였겠지만, 그때의 경험 덕분에 손흥민 선수의 플레이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성남일화천마가 7번이나 리그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건 화려한 기술보다 끝까지 뛸 수 있는 체력을 바탕으로 한 조직력 때문이었습니다. 1993년부터 1995년 3연패 당시만 해도 특정 선수의 득점력에 의존하지 않고 팀 전체의 조직력으로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저희가 받았던 그 빡센 준비운동이 결국 프로 무대에서도 통하는 기본기였던 셈입니다.

유소년 시절 훈련이 지금까지 남긴 것
처음에는 5바퀴 뛰는 게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5바퀴가 준비운동으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드리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엔 공이 발에 붙지 않아서 엉망이었는데, 반복하다 보니 몸이 자연스럽게 기억하더군요. 실력이 느는 게 눈에 보이는 순간의 기분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때 배운 건 축구 기술만이 아니었습니다. 하기 싫어도 일단 나가면 된다는 것, 몸이 무거워도 일단 첫 바퀴를 뛰면 된다는 것. 이 간단한 원칙이 지금도 뭔가 하기 싫을 때 떠오르는 방식입니다. 운동장 5바퀴가 그걸 가르쳐줬습니다. 유소년 시절 훈련은 단순히 축구 실력만 키워주지 않았습니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버티는 법을 몸으로 익혔습니다.
학교 점심시간에 친구들이랑 운동장 나가서 축구를 할 때, 저는 훈련을 받았으니까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그 마음이 컸습니다. 친구들보다 잘하고 싶었고, 잘한다는 걸 티 내고 싶었죠. 지금 생각하면 귀엽긴 한데, 그 마음 덕분에 힘든 훈련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훈련이 쌓이면서 달라지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게 동기부여가 되어 더 열심히 하게 만들었습니다.
성남일화천마는 2013년 통일교 산하에서 성남시 시민구단으로 전환되면서 새로운 역사를 시작했지만, 일화 시절의 DNA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체계적인 유소년 시스템, 끝까지 뛸 수 있는 체력 중심의 훈련 방식. 이런 것들이 K리그 최다 우승 기록을 만들어낸 원동력이었습니다. 제가 중학교 3학년까지 그 시스템 안에서 훈련받을 수 있었던 건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는 경험입니다.
지금 축구를 보면 예전과는 다른 눈으로 보게 됩니다. 화려한 기술 뒤에 숨은 수천 번의 반복 훈련이 보이고, 후반 막판 스프린트 뒤에 쌓인 체력 훈련이 보입니다. 유소년 시절 그 훈련들이 지금 축구를 보는 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됐습니다. 축구를 배운다는 건 결국 자기 자신과 싸우는 과정입니다. 힘들어도 계속하는 경험이 쌓여야 정신력이 생깁니다. 성남일화천마 유소년 팀에서 보낸 그 시간이 바로 그런 과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