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배운 저에게 호날두는 자연스럽게 알게 된 이름이었습니다. 친구들과 경기를 볼 때마다 등장하는 선수였으니까요. 그런데 지단과 카카는 달랐습니다. 피파온라인4 게임에서 레전드 카드로 만나면서 처음 알게 됐고, 게임 속 압도적인 능력치에 호기심이 생겨 실제 경기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그때부터 제 축구 지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현역 선수들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과거의 레전드들을 제대로 알고 나면 축구를 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집니다.

카카, 속도와 기술을 동시에 잡은 선수
브라질 출신 공격형 미드필더 카카는 2007년 발롱도르 수상자입니다. 일반적으로 빠른 선수는 기술이 부족하고, 기술이 좋은 선수는 느리다는 편견이 있는데, 카카는 이 두 가지를 완벽하게 갖춘 보기 드문 케이스였습니다.
20세의 나이로 남미 축구를 지배하며 우루과이 언론으로부터 남미 최고 선수로 선정됐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호나우두, 히바우두, 호나우지뉴와 함께 우승 멤버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레버쿠젠이 당시 에이스였던 미하엘 발라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카카를 원했다는 것만 봐도 그의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AC 밀란 이적 후 카카의 행보는 더욱 놀라웠습니다. 2003/04 시즌 데뷔 첫 해에 세리에A 우승을 이끌며 시즌 MVP와 최우수 외국인 선수상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21세의 나이로 당시 최고의 플레이메이커였던 후이 코스타를 벤치로 밀어냈다는 점이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피파온라인4에서 밀란 시절 카카 레전드 카드를 쓰다가 실제 경기 영상을 찾아봤는데, 수비 두세 명 사이를 마치 없는 것처럼 통과하는 드리블을 보면서 입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2006-07시즌 챔피언스리그는 완전히 카카의 무대였습니다. 10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밀란의 우승을 주도했고, 이 활약으로 2007년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습니다. 필리포 인자기와 알베르토 질라르디노가 공격에서 기대에 못 미쳤던 것과 달리, 카카는 공격형 미드필더와 최전방 공격수를 오가며 팀의 공격을 완전히 책임졌습니다.

지단, 볼 컨트롤로 경기를 지배한 예술가
프랑스 출신의 지네딘 지단은 1998년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고 발롱도르를 세 차례 받은 선수입니다. 일반적으로 축구에서는 속도나 체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지단은 이런 통념을 완전히 뒤엎었습니다.
지단의 전성기 영상을 처음 봤을 때 제 반응은 "저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움직임인가"였습니다. 빠르지도 않고 체격이 압도적이지도 않은데, 공을 잡는 순간 수비수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하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루체른 턴이라 불리는 지단만의 볼 컨트롤 기술은 영상으로 몇 번을 돌려봐도 어떻게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
직접 축구를 배운 입장에서 지단의 기술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기 때문에 더 놀라웠습니다. 패스, 슈팅, 시야, 기교, 움직임 등 공격 전 부문에서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2001년 유벤투스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 당시 이적료는 4600만 파운드로 당시 역대 최고 기록이었습니다.
2002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지단이 넣은 발리슛은 지금도 역대 최고의 골 중 하나로 회자됩니다. 더 놀라운 건 은퇴 후 감독으로서도 레알 마드리드를 챔피언스리그 3연패로 이끌었다는 점입니다. 선수로도 감독으로도 정점을 찍은 사람은 축구 역사상 손에 꼽힙니다.

호날두, 끊임없는 진화로 만든 전설
포르투갈 출신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발롱도르를 다섯 차례 수상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천재 선수들은 타고난 재능에 의존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호날두는 이와 정반대의 케이스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호날두를 알았지만, 지단과 카카를 알고 난 후 호날두를 다시 보니 각자가 얼마나 다른 방식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는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호날두의 진짜 대단한 점은 숫자가 아니라 커리어 전체가 끊임없는 자기 진화의 기록이라는 것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에는 윙어였고, 레알 마드리드 시절에는 스트라이커로 변신했습니다. 포지션과 플레이 스타일 자체를 완전히 바꾸면서도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챔피언스리그 통산 최다 득점, 국가대표 통산 최다 득점 같은 기록들은 단순한 재능이 아니라 남들이 쉬는 시간에도 훈련한 결과입니다.
제 경험상 축구 훈련은 정말 힘듭니다. 그런데 이미 정상에 오른 선수가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자신을 바꿔가며 최고 수준을 유지한다는 건 보통 정신력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호날두는 2009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고, 지금도 현역으로 뛰며 기록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세 선수를 실제로 비교해보니
세 선수의 공통점은 각자의 방식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걸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카카는 속도와 기술의 조합으로, 지단은 볼 컨트롤과 창의성으로, 호날두는 끊임없는 자기 개발로 정상에 올랐습니다.
카카가 2009년 레알로 이적할 당시 이적료는 5600만 파운드로 지단의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등번호도 지단이 달았던 5번을 받았다는 점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카카를 지단의 후계자로 여겼음을 알 수 있습니다. 27세였던 카카는 축구 선수로서 최전성기에 접어든 시점이었고, 레알에서의 목표는 챔피언스리그 부흥을 이끄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세 선수 중 누가 최고인지 가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시대가 다르고 포지션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확실한 건, 이들은 각자의 시대에서 축구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입니다. 피파온라인4라는 게임에서 시작된 제 관심이 결국 축구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축구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선수는 많지만, 시대를 초월해서 회자되는 선수는 극소수입니다. 카카, 지단, 호날두는 그 극소수에 속하는 선수들입니다. 이들의 경기 영상을 찾아보시면 제가 왜 이렇게 말하는지 바로 이해하실 겁니다.
참고: https://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1152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