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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독일전부터 라 레몬타다까지 - 내가 뽑은 역대 최고의 축구 경기 3선

by 스포츠리서치 2026. 2. 22.

저는 축구를 20년 가까이 봐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경기는 점수조차 기억나지 않는데, 어떤 경기는 10년이 지나도 그날의 감각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심장이 빨라지던 순간, 믿기지 않아서 화면을 다시 돌려본 그 장면들. 제가 꼽는 세 경기는 모두 불가능해 보이던 상황에서 결과가 뒤집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축구가 왜 90분 끝까지 봐야 하는 스포츠인지를 증명한 경기들입니다.

대한민국과 독일의 국가대표 조별리그 경기
대한민국과 독일의 국가대표 조별리그 경기

한국 독일 2018 러시아 월드컵

2018년 6월 27일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독일의 조별리그 경기는 제 축구 관람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경기였습니다. 당시 독일은 FIFA 랭킹 1위이자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이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미 16강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멕시코가 스웨덴을 이기고 우리가 독일을 2골 차 이상으로 이겨야 하는, 신태용 감독 본인이 "1%의 확률"이라고 표현한 조건이었습니다.

솔직히 경기 시작 전에는 얼마나 잘 싸우나 보자는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흘러가면서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무서울 게 없다는 듯이 뛰고 있었습니다. 조현우는 레온 고레츠카의 헤딩을 한 손으로 쳐냈고, 손흥민의 슈팅은 아깝게 골대를 벗어났습니다.

후반 추가시간 2분, 손흥민의 왼쪽 코너킥을 김영권이 받아 왼발로 골문 오른쪽 구석에 꽂아 넣었습니다.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왔지만 VAR 판독 끝에 득점으로 인정됐습니다. 그리고 95분 52초, 주세종이 공격에 가담하기 위해 반대편으로 올라간 마누엘 노이어로부터 공을 빼앗아 손흥민에게 긴 패스를 연결했습니다. 손흥민은 독일 수비 두세 명을 완전히 스프린트로 따돌리고 빈 골문에 골을 넣었습니다.

그 순간 제가 느낀 건 경이로움이었습니다. 사람이 저렇게 빠를 수 있구나. 랭킹 1위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습니다. 이 경기는 독일이 1938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경기가 됐습니다. 2000년 이후 디펜딩 챔피언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어 네 번째였는데, 모두 UEFA 소속 국가였습니다. 독일이 아시아 국가에게 월드컵에서 진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 프리미어 리그 경기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 프리미어 리그 경기

리버풀 맨시티 2026년 프리미어리그

2026년 2월 8일 앤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는 원정 역전승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것을 해낸 팀이 왜 강한지를 증명한 경기였습니다. 앤필드는 원정팀 입장에서 가장 압박감이 강한 경기장 중 하나입니다. 홈팬들의 함성, 리버풀의 압박 축구, 거기다 선제골까지 내주면 보통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그날 리버풀은 소보슬라이의 선제골로 앞서갔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경기 맨시티가 지겠다 싶었습니다. 앤필드 분위기가 워낙 압도적이니까요. 그런데 맨시티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베르나르도 실바가 동점골을 터뜨렸고, 결국 홀란이 역전골까지 넣으며 1-2로 승리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든 생각은 과르디올라가 왜 명장인지 알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술을 저렇게 잘 녹여내는 감독이 있으니 맨시티가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선제골을 내준 원정 경기에서 역전승이라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 그걸 앤필드에서 해냈다는 것. 팀이 단단하다는 게 뭔지를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바르셀로나 PSG 라 레몬타다

2017년 3월 8일 캄프 누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바르셀로나 대 파리 생제르맹 경기는 제 축구 관람 기준을 바꿔놓은 경기입니다.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는 원정에서 0-4로 참패했습니다. 누가 봐도 이미 끝난 게임이었습니다. 2차전에서 5골 이상을 넣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바르셀로나는 해냈습니다. 6-1 승리.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가장 큰 역전승이었습니다. 경기 내내 바르셀로나는 포기하지 않았고, PSG는 무너졌습니다. 90분 내내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것, 포기하지 않는 팀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눈앞에서 본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이 경기를 보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더 이상 경기 중간에 결과를 단정짓지 않게 됐다는 것입니다. 어떤 팀이 2골 차로 지고 있어도, 어떤 팀이 1차전에서 대패했어도, 90분이 끝나기 전까지는 모른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라 레몬타다는 단순히 대역전승이 아니라, 축구라는 스포츠가 왜 끝까지 봐야 하는지를 증명한 경기였습니다.

이 세 경기의 공통점은 명확합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결과가 뒤집혔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팀의 정신력, 개인의 폭발력, 전술의 완성도가 모두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도 경기를 볼 때 중간에 지고 있어도 끝까지 봅니다. 이 세 경기가 그 습관을 만들어줬기 때문입니다.


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South_Korea_v_Germany_(2018_FIFA_World_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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