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7일 FA컵 루턴전에서 케빈 더브라위너는 4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홀란이 5골을 넣었지만, 저는 그날 더브라위너 경기를 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수비수들이 알고 있어도 막을 수 없는 패스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그날 제대로 확인했습니다.
김덕배라는 별명을 검색했던 날
처음엔 진짜 사람 이름인 줄 알았습니다. 주변에서 김덕배 김덕배 하길래, 우리나라 어딘가에 김덕배라는 축구 선수가 있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하니 벨기에 국적의 케빈 더브라위너라는 선수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플레이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솔직히 첫 반응은 평범했습니다. 잘하긴 하는데, 특별히 뭐가 다른지 바로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화려한 드리블도 없고, 폭발적인 속도도 없었습니다. 그냥 패스를 많이 하는 미드필더처럼 보였습니다.
근데 경기를 계속 보다 보니까 뭔가 이상한 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더브라위너가 공을 잡으면 상대 수비수들 표정이 달라지는 겁니다. 왜 저러나 싶어서 계속 봤습니다.

알고도 못 막는 루턴전 4어시스트
2024년 2월 27일, 맨체스터 시티는 FA컵 16강에서 루턴 타운을 6대2로 이겼습니다. 더브라위너의 패스는 홀란에게만 4번 어시스트로 연결됐고, 홀란은 5골을 터뜨렸습니다. FA컵 한 경기 5골은 1970년 조지 베스트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전반 3분 더브라위너의 컷백을 홀란이 왼발로 마무리했습니다. 전반 18분과 40분에도 더브라위너의 침투 패스를 홀란이 왼발로 처리하면서 해트트릭을 완성했습니다. 후반 10분에도 두 선수가 네 번째 골을 합작했습니다.
제가 그날 경기를 보면서 매번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저걸 어떻게 막지. 루턴 수비진이 불쌍할 정도였습니다. 더브라위너의 패스는 단순히 공간으로 가는 게 아니라 받는 선수의 발밑에 정확하게 도달했습니다. 수비수가 두 명 세 명 사이에 있는데, 그 사이로 공이 통과해서 홀란 발밑에 오는 게 신기했습니다.

계속 보게 만드는 이유
더브라위너를 계속 챙겨보는 이유가 딱 하나입니다. 이번 경기에는 어떤 패스가 나올까. 매번 새로운 장면이 나옵니다. 이미 다 봤다고 생각한 순간 또 처음 보는 패스가 나옵니다.
2022년 7월 맨체스터 시티에 합류한 홀란은 83경기 79골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프리미어리그 득점 2위인 무함마드 살라흐는 49골로 홀란보다 30골을 적게 넣었습니다. 맨체스터 시티 입단 후 홀란의 해트트릭은 8번, 유럽 5대 리그 최다 기록입니다.
제 경험상 더브라위너의 패스가 특별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수신자 중심의 패스입니다. 공간으로 보내는 게 아니라 받는 선수의 발밑에 정확하게 도달하도록 설계된 패스입니다. 둘째는 예측 불가능한 타이밍입니다. 패스를 보낼 것 같지 않은 순간에 보냅니다. 그래서 수비가 당황합니다.
지단, 피를로, 샤비, 이니에스타 같은 역대 최고의 미드필더들이 있지만, 더브라위너는 가장 직접적으로 득점에 기여하는 선수입니다. 화려한 볼 터치보다 결과로 말하는 선수입니다. 김덕배라는 별명을 검색했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더브라위너는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습니다. 그게 이 선수를 계속 보게 만드는 이유입니다.